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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세는 없어서, 공공임대는 남아서 난리

2021년 9월 3일

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 동안 전국적으로 공공 임대주택이 50만가구나 늘었지만, 비어 있는 임대주택도 늘면서 공실률이 두 자릿수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. 넓고 쾌적한 집을 원하는 수요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, 양적 확대에만 치중한 탓이다.

2일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, 지난해 LH(한국토지주택공사)가 공급한 공공 임대주택 7만2349가구 중 16.6%인 1만2029가구가 올해 5월까지 임차인을 못 구한 것으로 집계됐다. 여섯 집 중 한 집꼴로 비어 있는 셈이다. 이 중 5657가구(7.8%)는 6개월 넘게 공실인 상태다. 최근 몇 년간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도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 임대주택이 대량 공실로 남은 것이다. 부동산 전문가들은 “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주택이라며 전용면적 40㎡ 미만의 원룸같이 좁은 집을 대거 공급해 수요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”이라고 분석한다.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주택 수요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.

하지만 정부는 공공 임대주택의 양적 확대만을 강조하며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. 국토교통부는 1일 “2017년 135만가구였던 공공 임대주택이 올해 185만가구로 늘어난다”며 “전체 주택에서 공공 임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OECD 국가 중 9위로 상위권에 올랐다”고 발표했다. 공공 임대주택 확대는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다.

정부는 공공 임대주택을 늘려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, 지난 4년간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은 한층 심각해졌다. 2017년 5월 2억3914만원이던 전국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기준 3억2355만원으로 35%나 올랐다.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“공공 임대주택은 소수의 취약 계층을 위한 복지 정책이지 전·월세 시장 안정 대책이 될 수 없다”며 “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공공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민간 임대 시장을 옥죄는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”고 말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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